지나간 이야기

당신 스스로 읽어라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로 실시간 통신을 하거나 혹은 인터넷 온라인 상태에서 주고받는 디지털 쪽지, 그도 아니라면 전자메일의 접두나 접미에 조미료 마냥  따라붙어 메시지를 접수하는 상대에게 보낸이의 심경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종종 사용되기도 하는 기호 조합의 이미지 문자는 촌철살인의 경우처럼 수 백마디를 대신하기도 하고,  수신인으로 하여금 폭소를 터트리게 하거나 의미심장한 표현에 미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19세기의 타이핑 머신에도 이런 종류의 기호문자는 버젓이 존재 하였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당도하여 타이핑 머신에서 졸고있던 기호들이 컴퓨터 자판으로 이사를 하더니만, 기묘한 이미지 상형문자로 둔갑하게 된것이다. 퍽이나 짧은 역사에 비하여 그 사용 파급속도는 페스트를 능가하여 전세계의 네티즌들이 공통으로 즐겨 사용하는 이들 조합부호 문자는 간단한 기호조합 이상의 의미가 듬뿍 함축하여 되어있다.

이런 이미지 문자는 컴퓨터 운영체제의 한 종류인 유닉스(UNIX)의 사상에 기인함을 알고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 굳이 덧붙이자면, 함축된 단어의 표현을 의미하는 유닉스의 사상중 하나가 바로 ‘RTFM’인데 이것의 원뜻은 ‘네 스스로 매뉴얼을 읽어라(Read the fuckin' Manual)'의 머리문자에 기인한다. 이 개념은 어떤 의미를 막론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종의 오해나 귀챦음을 제공해서는 아니된다는 기발한 유닉스의 철학이기도 하다. 더러 유즈넷의 게시판이나 토론마당에서 한가지의 이슈에 진지하게 찬동을 하거나 아니면 관심의 정도를 표현할 경우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른 지금의 유저들은 너 나 할것없이 현란한 그래픽언어를 거침없이 구사하게 되었으며 기타 막강한 표현언어들(이를테면 하이퍼텍스트 또는 자바 따위)로 무장을 하고보니, 뉴스그룹의 게시판이나 폐쇄그룹의 공지사항란을 주름잡던 의미 문자들은 가물의 콩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 그러면 시시콜콜한 유닉스의 철학 따위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초창기 프로그래머들이 즐겨 사용하던 이미지 문자들을 감상 하도록하자. 여기서 유의할 점은 아래에 열거한 문자들은 고개를 삐딱하게 하여 90도로 비틀어 보아야만 아하! 그것이 그렇구만... 하고 그 의미를 인지하게 된다.

:-) 미소

:-D 호쾌한 웃음

:-# 치아 교정 중

:-o 그건 그렇지 않아요!

:-! 나는 지금 흡연중

;-) 윙크

:-( 성질난 얼굴

:-I 무관심 또는 꽉 다문 입술

:-x 말하고 싶지 않다

=:-) 펑크록을 하는 친구

=:-( 진정한 펑크록은 웃지 않는다

8-) 나는 선글라스를 착용하였다

이런 문자조합의 이마아쥬 표현수단은 무려 수 백가지가 넘는다. 지금에 와서 종종 컴퓨터의 유저들이 사용하는 표현수단들에는 편리함을 전제로하여 굳이 고개를 90도로 비틀어 해석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 속 눈썹이 긴 여자

o-o 졸보기(안경 낀 여자, 또는 남자)

^ ^; 계면쩍다 또는 식은땀이 난다

ㅠㅠ 눈물을 흘리다 또는 슬프다.

@@, 놀라서 왕눈이 되다

- -, 까닭모를 서글픔에 흘리는 눈물 한방울...

 

다른사람의 마음을 상하게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하는 이미지 문자들은 아마 컴퓨터가 사라지지 않는한 영원히 존재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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