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이야기

추억이라는 이름의 찻집

형광등이 제 빛깔을 잃어가고 아무렇게나 열려진 창문사이로 한참 물간 유행가 자락이 시끄럽게 들린다. 연탄난로를 끌어안은 다방 레지는 시끄러운 기적소리를 아랑곳 하지않은채 꾸벅꾸벅 졸고있고, 나는 더럽게도 맛이 없는 커피를 홀짝이며 구멍뚫린 노스텔지어의 단편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추억은 오독오독 씹어먹어야 맛이 난다는 얘기가 있지만, 도무지 그 추억이라는 이름의 찻집은 추억을 산산히 조각내는 분위기로 하여금 나를 엉망으로 만들었듯 싶다.

강촌에는 추억 이라는 이름의 괴상망측한 노털찻집이 있다. 씹어먹을 수 있는 추억이라는 추억은 죄다 기억에서 몰아내고야 마는 그런 엉터리제목의 추억이라는 이름의 찻집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찻집의 다른면모가 못내 좋아서 아직껏 기억 하는지도 모른다.

그 격에 맞지 아니하는 이름 추억 이라는 이름이 좋아서 그래서 언제고 강촌에 가면 한번 즈음 다시 찾고 싶은 애매한 추억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강촌에는 추억을 묻어두고 싶은 곳이다. 아주 꼭꼭 묻어두고 숨겨두고 심난 할 때면 훌쩍 그것을 꺼내보려고 그냥 춘천행 열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 그곳에 가서 추억이라는 이름의 찻집을 찾아 (아직도 그 찻집이 있을까?) 파출부 커피 한잔으로 또 다른 괴상한 추억 하나를 만들어도 좋을 일이다.  추억을 추억에서 만들고 추억에 묻어두면 괴상한들 어떠랴!  아마도 추억의 단위는 킬로그램이 아니고 근이나 관일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추억이라는 이름의 찻집에서는 추억을 한관에 오백원씩 팔고 있거든... 요번 기회에 한 오백관 쯤 사두는 것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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